이 책은 곤충학자인 김종선이 카메라 렌즈로 정성껏 담아낸 꽃과 나비, 곤충들의 생생한 사진, 그 위에 시인 김청미가 어린시절 이야기를 가만히 얹어 만들었다.
작은 벌레와 꽃 한 송이의 삶이 결국 우리네 인생과 다르지 않다는 '통섭'의 미학, 그리고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아련한 놀이와 추억들을 기억나는 대로 담은 것.
자연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몽글몽글한 옛 추억은 읽는 모두에게 소중한 선물이라고 확신한다.
식물은 매년 나이테를 새기며 겨울을 버티고, 곤충은 수없이 허물을 벗으며 성충이 된다. 그들이 사는 정원에서는 매일 잎이 갉아 먹히고, 꽃이 지고, 누군가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되는 일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은 파괴가 아니라, 또 다른 생명을 키워내는 눈부신 순환의 일부다. 우리가 살아오며 겪은 상처나 시행착오의 시간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지금 세찬 겨울을 버티며 나이테를 새기고 있는 당신이, 당신의 정원에서 길을 잃었다면 그것은 헤매는 것이 아니라 당신만의 눈부신 무늬를 새기는 중이다. 단언컨대, 『정원의 비밀』을 알고 난 후의 당신은 그전의 당신으로 결코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작은 풀잎 하나, 스쳐 가는 벌 한 마리에서 당신 자신의 숭고한 인생을 마주하게 될 테니까. 이 거대한 지구라는 정원에서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 그 아름다운 질문에 대한 답을, 이제 『정원의 비밀』에서 함께 찾아보려 한다.
저자 / 김종선의 머리말
생물학을 공부하면서 과학은 높은 산을 등산하는 것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산의 초입부를 걸을 땐 가까운 나무들과 좁은 시야의 사물만 보이지만 높은 지점에 이르면 앞뒤가 다 환히 보인다. 돌아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다 보이게 되는 것이다. 과학도 어느 깊이에 도달했을 때 걸어온 길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인다. 과학은 어떤 사실을 규명하고 활용하는 것에 가치를 둔다.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사유하게 하고 앞을 내다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생태학은 지구 아니 온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 하나하나가 연관되어 서로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그래서 그 이어짐이 조금만 끊겨도 우리가 존재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 책에서 푸르름이 가득한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꽃과 곤충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상생하며 살아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곤충이라고 하면 징그러운 생물, 우리에게 해만 주는 생물이 아님을 알게 되면 좋겠다. 또한 꽃과 곤충이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오랜 세월 동안 서로가 함께 진화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공진화(coevolution)는 어떤 개념인지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과학으로 설명해 주는 자연이 아니라 자연의 질서를,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의 이해를 통해 우리 존재의 의미를 살피고 지구의 미래와 우리 삶의 모습을 성찰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생태계 구성원들의 이해를 통해 관계의 의미를 살피다 보면 지구의 미래를 성찰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것이 더 구체화 되어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섞여야 한다는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統攝) 개념이 지구 위기를 극복할 담론이 되었으면 좋겠다. 곤충과 눈을 맞춘다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글은 이름의 유래를 찾아 꽃과 곤충에 친숙할 수 있는 쪽으로 글을 썼고, 그것을 토대로 동생은 인간의 삶과 곤충의 삶이다르지 않음을 다시 이야기했다. 공진화 부분에서는 생물학자로서의 생각을 담았다. 동생이 쓴 이야기와 시에는 70~80년대 우리가 했던 놀이나 풍경이 있다. 우리 가족사도 있다. 그것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다. 지금은 사라진 놀이나 풍광들은 사회가 진화되면서 자연스레 사라진 것들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 눈으로 보고 있는 지금도 어느 순간 기억에만 살고 있을 것이다. 오늘 여기에 실린 사진 속 꽃이나 곤충들도 어느 날 우리 곁에서 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어린 시절을 추억하듯 지금 여기를 날고 있는, 피고 지는 것들은 먼 훗날 추억 속에 있을 수도 있다. 삶이 변하면 풍경이 달라지고 우리의 모습도 그에 발맞춰 달라진다. 삶이 변해도 지킬 수 있다면 지키는 것이 우리가 누리는 자연이며 또한 그것은 우리를 지켜내는 것이기도 하다. 꽃이 피어있는 어느 날 이 책의 독자가 꽃에 앉은 나비나 벌을 보면서 그전까지 무심했던 눈길이 호기심과 감사함으로 바뀌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카메라든 핸드폰이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가끔 꺼내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도 예외 없이 변해간다. 사랑하는 사람도, 부와 명예, 건강도 때가 되면 떠나간다. 나 또한 언젠가 세상을 떠나가겠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모든 존재를 가득 안아 본다. 언젠가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꽃과 나비와 벌과 곤충들. 생태학자인 오빠는 그것들과 눈을 맞춘다. 움직이고 있는 작은 눈과 눈을 맞추는 것,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눈과, 몸짓은 어쩌면 우리가 지나온 과거처럼 도태되어 먼 훗날에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록하고 싶었다. 그것을 찍은 오빠의 마음과 지금 여기 아름답게 살고 있는 그들의 시간을. 그러나 그것들과 통섭하면서 만나다 보니 나의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 어찌 생각하면 두 개의 조합이 아주 생뚱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인간의 삶이 생태계와 다르지 않음을 찾으려 노력했다. 생물학자도 아니고 사회학자도 아니기에 어리숙하고 부족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독자분들이 헤아려 주리라 믿는다. 쓰다 보니 그리운 것들도 많고, 잊고 있었던 것들도 떠올랐다. 바쁘게 살아온 시간이 환갑을 넘기니 과거를 회상하고 쓰는 일이 하나의 매듭을 묶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면서 기쁘고 행복하고 가끔 아프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기억 속에는 있지만 사라진 우리의 놀이와 문화가 참 많았다. 단편적으로 떠오른 기억들이라 다른 이가 기억하는 것과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은 공간에 있었어도 각자의 기억은 다른 법이다. 글을 읽으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지금은 사라진 놀이나 문화처럼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를 곤충과 꽃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도 그들도 사라지는 것은 모두 그들의 세상을 남긴다.
김 청 미
언론에 소개된 글
추천의 글 1.
김태현(문학평론가)
파브르와 석주명 곁에는 시인이 없었고 단테와 김소월 옆에는 곤충학자가 없었다. 그 기나긴 틈새를 메우려는 듯이, 곤충학자와 시인으로 구성된 ‘의좋은 남매’가 통섭(統攝)의 책을 펴냈다. 전례 없어서 더욱 희귀한 이 저서를, 나는 육안(肉眼)으로 읽고 무량(無量)한 경탄을 절로 쏟아냈다. 아름다운 꽃과 눈이 맞은 곤충의 황홀경처럼 두 저자는 과학과 문학이 뜨겁게 포옹하는 진경(珍景)을 독자 앞에 펼쳐 놓았기 때문이다. 우아한 사진과 알싸한 이야기의 절묘한 융합으로 축조한 이 특출한 서책의 풍광 앞에서 누군들 숨이 일순 막히지 않겠는가!
시인은 ‘추억의 단추’를 열어서, 어릴 적 놀이의 구체(具體)를 세심하게 전하는가 하면, 자신과 가족과 이웃이 걸어온 애틋한 길을 맛깔난 이야기로 풀어놓는다. 이 5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펜데메론>에 담긴 에피소드는,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게 배치하여 흥미진진한 서사로 독자를 기다린다. 인간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몰두한 시인이 온몸으로 수확한 삶의 지혜도 그 속에서 우리는 무시로 만난다. 청미(淸美)한 시인이 슬며시 제시한 그 인생의 지침은 <반야심경>이 되어 우리 가슴에 장엄하게 이식된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는 것은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서사적 시인>의 부활을 목격하는 감동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추천의 글 2.
이재무(시인)
김청미 시인의 산문집 ‘정원의 비밀’은 지금까지 존재해 왔던 일반적인 산문 형식을 벗어난, 매우 독특하고 이색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각기 다른 장르인 사진과 서사가 맞물린 채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스미고 번지는 융합의 상호텍스트로 작용하고 있다. 즉, 사진(정원)과 서사(정원)라는 두 개의 정원은 간격을 뛰어넘어 영육처럼 하나로 연결, 결합되어 있다.
특이한 구성의, 낯선 이 책은 산문의 외피를 쓴 한 개인의 전기문이자 가족 서사이며 드라마이다.
이 책에서 사진은 글을 위한 단순한 배경의 차원을 넘어선다. 사진은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주고 전개시키며 이야기의 매듭을 짓는 역할을 한다.
산문의 역사에서 또 다른 새로운 형식이 태어났다는 것을,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추천의 글 3
-오철수(시인)
삶이 예술일 때는 그 삶이 지혜로 묶여 있을 때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이 지혜로 짜인 짧은 이야기들의 조각보라면 어떨까? 그것도 생물학자의 사진을 삶의 지혜로 입체화시켰다면 말 그대로 정원의 비밀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우리의 어린 날 기억을 넣어본다면 아마 무수한 정원이 생겨날 것이다. 삶을 빛내는 우리들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