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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문
먼저 나에게 천문비결을 내려주신 하늘과 땅의 모든 선신들께 감사의 말씀 올린다. 정축(丁丑)년 봄. 나는 잠결에 귓가를 울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새벽녘 닭 목 뽑고 홰를 치며 우나니 비로소 세상이 열리도다.”
그 목소리는 근엄하면서도 자상했다. 신의 음성임을 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종이와 펜을 찾았다. 분명 의미 있는 암시라는 생각에 잊어버리기 전 적어 두려는 심사였던 것이다. 그런데 글귀를 적어두자마자 또 다른 소리가 들리는 것 아닌가.
“모든 것이 새로우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운이로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씀일까 하고 이상히 여기며 두 번째 소리도 받아 적었다. 두 번째 글귀를 다 적자 세 번째 또 다른 소리가 들려오고 동틀 무렵 시작된 받아쓰기는 아침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다 적은 뒤 나는 한 구절 한 구절 읽으며 순서대로 번호를 붙여 보았다. 모두 108가지였다. 바로 점괘였던 것이다. 다음날 나는 종이를 사다가 잘라 카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백지 3장을 함께 넣어 모두 111장의 카드가 완성됐다.
그러나 그것은 이내 사용되지 못했다. 글귀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111장의 카드는 신단 한쪽에 놓여 있었다.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러다 정축(丁丑)년 10월 초 나는 백일기도에 들어갔다. 삼칠일이 지났을 무렵 몸주이신 천문도사께서 말씀하시길
“너는 아침에 일러준 말을 저녁이 되면 잊어버리니 적어 두라” 하시었다. 그래서 종이와 펜을 준비하자 그 111궤에 대한 해석을 주셨다. 그것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그렇게 하루에 몇 글귀씩 해석을 주시는 동안 정축년이 다 가고 무인(戊寅)년 정월 보름에 백일기도는 끝이 났고 해석도 모두 끝났는데 정확한 사용법까지 일러주시며“이것은 천문비결이라 하고, 많은 사람들을 위해 널리 사용하라”하셨다. 다음날로 나는 임상에 들어갔고 가히 신출귀몰하게 맞아 들어갔다. 이 궤를 뽑아 본 신도들은 너무도 신기해하며 모든 일을 이 궤를 뽑아 해결하고 결정하기 시작했다.
반면 나는 걱정이 되었다. 만일 내가 사라지면 이 궤도 사라지지 않을까 천문비결은 영원히 땅 속에 묻혀 버릴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물론 아직은 젊지만 언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 게 인생 아닌가. 많은 사람을 위해 사용하라 하였으니 내가 없어도 누군가가 천문비결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어야 했다.
그래서 비결서를 정리해 두기로 했다. 어쩌면 이 비결서를 남기는 것이 무속인으로서 나의 삶에 가장 의미 있는 일이 될는지도 모른다. 형편이 된다면 출판을 해서 좀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으나, 나는 아직 가난한 무속인에 불과하여 이렇게 악필로 정리를 해둔다.
또한 글재주도 없는 내가 이렇게 서문을 남겨두는 것은 언제 누가 이 비결서를 손에 넣을는지 알 수 없으나 이 비결서의 탄생여부와 내가 얼마나 이 비결서에 애정을 갖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표현하고 싶어서이다. 이 비결서가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길 바라며, 또한 나는 사라지더라도 이 비결서만은 영원히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기를 염원한다.
戊寅年 正月 신전 앞에서 무속인 방울 김 정 여
이 책을 사용하기 전에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정해진 각본에 의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결코 운명의 각본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운명이니 팔자니 하며 절망하는 것은 소극적인 운명론자들의 지론일 뿐, 그 어느 누구의 인생도 짜여진 각본에 의해 진행된다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스스로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인생을 엮어 가는 것이지 신이 한 사람의 운명을 정해 놓고 그 길로만 가게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런 나의 주장이 많은 역술인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나 역시 역술인의 한 사람으로 자신있게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당당하게 하는 바이다.
만일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우린 구태여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굳이 신이라는 존재를 믿을 필요도 종교가 있을 필요도 없고 도덕이나 규범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가령 누군가의 운명이 줄곧 1등만 하게 정해져 있다면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어차피 1등을 할 것이니 무엇 하러 열심히 공부할 것이며, 또 누군가의 운명이 몇 시간 후에 죽을 목숨이라면,
혹은 잠시 후 교통사고가 나서 불구가 될 것으로 정해져 있다면 지금 눈앞에 있는 횡단보도나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릴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마치 택시 미터기처럼 분당 얼마씩 올라가고 한 편의 영화처럼 이미 결론은 만들어져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도 인생의 결과에 의해 도달하게 정해져 있다면 과연 누가 노력하며 살려고 하겠는가. 그렇게 운명이 신에 의해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인류는 결단코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 번이라도 점을 보거나 철학관에서 사주를 감정 받아본 일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알아맞히는 역술인에 대해 신비로움을 느끼거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믿게 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정해진 운명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걷고 있는 길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누구든 처음 시작은 “당신의 삶은 이렇군요.”로 시작한다. 그것이 고객에게는 족집게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추측에 불과한 것이다. 신점은 신의 계시를 받아 과거를 말하게 되고 미래를 예측하며 사주는 학문적 통계에 의해 삶에 근접하게 되는 것이다.
가령 당신이 어떤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가정하자. 예를 들어 어릴 때부터 잘 알던 친구가 있는데 아주 내성적이고 남들 앞에 나서서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는 성격이며, 의지가 약하고 항상 남에게 기대는 성격이 있는데다가 특별한 취미도 없고 특기도 없으며, 사회생활 경험도 전혀 없는데 갑자기 찾아와 장사를 하고 싶다면서 무슨 장사가 좋겠느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내성적인 사람이니 사람을 많이 상대해야 하고 대화를 필요로 하는 것은 일단 안되겠고 특별한 취미나 특기가 없으니 특정분야의 장사도 안되며 보편적인 것을 해야 한다. 그럴 때 당신은 그 친구에게 어떤 장사를 권유하겠는가?
나라면 자그마한 슈퍼를 경영해 보라고 이야기한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지도 않고 많은 대화도 필요치 않다. 그 친구에게 가장 적합한 장사가 될 것이다.
옛말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는데 삶도 과거를 알고 현재를 보면 미래가 보이기 마련인 것이다. 과거는 현재를 지배하고 현재는 미래를 만드는 기둥이 되는 것이다.
운명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단지 순간일 뿐이 아니라 바로 미래를 만드는 주춧돌인 것이다. 당신이 현재 잠을 자고 있건 술을 마시고 있건 혹은 일을 하거나 길을 걷고 있건 이 순간 하고 있는 그 행동이 당신의 미래인 것이다.
잠을 자고 있다면 깨어나라!
술을 마신다면 잔을 놓고 일어서라!
길을 걷고 있다면 힘차게 걸을 것이며,
일을 하고 있다면 더 열심히 하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이 당신의 운명이다.
사용법
이 책과 함께 들어 있는 111개의 궤에는 108가지의 궤가 적혀있고, 세 개는 아무 것도 표시하지 않은 백지 상태로 있다.
이 괘를 사용하기 전 최소한 칠일에서 삼칠일 천존기도를 올린다. 그것은 천문비결을 사용하기 위해 하늘의 허가를 받는 의식이니 꼭 치러야 한다.
천문비결을 이용해 감정을 할 때는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여 분향재배를 한 연후에 111개의 궤를 작 섞어 내객에게 내밀어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오른손으로 뽑게 한다. 첫 감정일 때는 세 장까지 뽑게 하고 신도일 경우는 한 장만 뽑게 해 해석한다.
첫 감정에서 뽑은 세 장의 궤는 그 사람의 평생 운이 되는 것이므로 꼭 기록해 두었다가 다음 상담에 활용함이 바람직하다.
처음 찾아온 내객으로 첫 궤가 백지가 나오면 그 어떤 운도 논하지 말고 받은 복채는 반드시 돌려주어 보내야 한다. 이는 인연이 닿지 않는 사람이거나 날을 잘못 찾아와 천기 누설할 우려가 있으니 결코 그 내객의 점사를 봐 주어서는 안된다. 이를 어기게 되면 제자와 내객 모두가 화를 면하기 어려우니 꼭 지켜야 한다.
두 번째나 세 번째에서 백지가 나오면 더 이상 궤를 뽑지 않고 해석한다. 더 이상 궤를 뽑는 것 역시 천기 누설에 해당하는 것이니 이 역시 염두에 두고 꼭 지켜야 할 것이다.
내객이 다른 이의 운을 물어 첫 장에 백지가 나오면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이니 죽지 않았으면 죽음을 기다리거나 백지상태라고 해석하면 된다.
제자 자신의 정신이 맑지 못한 날은 점사를 보아선 안되며, 항상 마음을 열어 사람을 대하지 않으면 올바른 해답이 나오지 않으니 항시 마음을 정갈히 하여야 한다.
늘 말하는 것에 거침이 없어야 하고 고개 숙여 말하지 말고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장난 삼아 궤를 뽑거나 한가지 물음에 두 번 궤를 뽑지 말아야 한다.
이상의 사용법을 잘 준수한다면 그 어떤 상담도 무리가 따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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