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당그래 편지
글제목
저 건너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작성일
2011-07-05
d1_1-dangre.jpg



순백의 얼굴을 하고 세마포를 입고 누워 있는 모습이 평안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고인의 넋을 기립니다.
살아 생전에 그가 주위에 베푼 모든 것이 여실히 느껴지듯 합니다.
그리고 호상이기도 하고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


세살 위의 형과 동갑내기가 자손의 전부이지만 함께 자리를 만듭니다.
나는 성당이란 곳을 잘 모릅니다. 총각때 세례명이 스텔라라는 한 소녀의
사랑고백을 받았던 기억, 성물을 파는 곳에서 그녀가 내게 카드에 글을
써서 건네며 본당으로 이끌었을 때, 처음 들어가 본 그 느낌 밖에는
없었는데.. 요 며칠 내내 성당 영안실에서 지내며 만나는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다 아름답다 여겨집니다.

정성으로 고인의 몸을 닦아줍니다. 그리고 꽃신을 신겨주고 미리 준비한
삼베옷을 입히고 머리에 화관을 씌워줍니다. 입관송이 계속되는 동안
나는 내내 고인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평안하게 잠든 모습 그대롭니다.
나는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계속 이야기를 했습니다.

운거하는 이들 앞에서 영정을 들고 앞섭니다. 본당에서 마지막 미사를
봅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찬양에 나는 그만 넋을 잃어버렸습니다.
누워서 평안을 찾은 그 분도 그런 마음일 것입니다. 가시는 분에 대한
슬픔보다는 복되다 하는 마음만 드니 왠일일까요.

어떤 종교의식이든, 삶의 마지막 여정을 지켜보는 의례는 다 그럴 것이지만
참으로 엄숙하고 좋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술에 취하지 않았는데 취한 듯 그렇게 말이지요.
깊은 밤 아무도 없는 빈소에 앉아 참으로 많은 생각에 젖습니다.

떠나기에 앞서 행하는 것은 이것이더군요.
먼저 내게 빚진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는것, 그리고 당신 스스로도
용서를 받는 것, 이것이 전체인 것 같습니다. 살면서 헝크러진
것들을 추스리고 모든 매듭들을 하나 하나 풀고 가는 것.

남한강이 보이는 곳에 그 분을 뉘였습니다.
팔십다섯의 영겁의 세월을 사신다음 그 분은 채 1평도 안되는
자리를 영원한 보금자리로 얻은 셈입니다.

그래도 그 분은 살며 늘 이웃을 생각하고 사시다 얻었는데,
나는 아직 세상을 살며 베풀고 베풀고 가신 그 분의
발꿈치 끝에도 이르지 못하니, 한 죽음을 통해서 나는
나의 남은 삶을 뒤돌아볼 기회를 가졌다 하겠습니다.

평안하소서.

▼ 이전글

리스트




26

답글길거리 풍경첨부파일

2011.06.02

25

답글포구 입항첨부파일

2011.06.02

24

답글호박 넝쿨 손첨부파일

2011.06.02

22

답글속타는 해바라기첨부파일

2011.06.02

21

답글조껍데기첨부파일

2011.06.02

20

답글월악을 쓰다첨부파일

2011.06.02

18

답글안면도 낙조첨부파일

2011.06.02

17

답글쌍무지개첨부파일

2011.06.02

16

답글세방낙조첨부파일

2011.06.02

15

답글봄비 내리는 날첨부파일

2011.06.02

  [  1  ]    2  

당그래 출판사소개 |이용약관 |개인정보 보호정책 |이메일주소 무단수집 거부 |회원가입 |당그래에 문의 |사이트맵
   
도서출판 당그래 . 새로운눈
[100-250]서울특별시 중구 예장동 1-72번지 / 퇴계로32길 34-5
( 전화:02-2272-6603 / 팩스:02-2272-6604 ) dangre@dangre.co.kr / 대표 : 이춘호
Copyrightⓒ 당그래 1981∼2026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