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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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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보도자료> 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

     
 
     
 
 
     
 
 
 
 
 
시와 함께 살맛 나는 세상
유종화의 <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
 
강지이 기자 thecure8@hanmir.com  
 
 
▲ 책 <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
 
ⓒ2004 당그래
"유종화의 글은 쉽다. 잘 익은 술을 마시듯 술술 읽힌다. 그저 마음가는 대로, 얘기하듯 쓴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내 안에 시와 노래가 찰랑거린다. 이제까지 시에 대한 평론이나 노래에 대한 평론은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 시와 노래가 한데 어우러진 글은 처음인 듯하다.

또한 그가 스스로 고른 시에 스스로 가락을 붙인 노래들은 그의 됨됨이처럼 착하고 따뜻하다. 그 노래들을 흥얼거리다 보면 마음이 환해진다. 그와 함께 시마을로, 노래마을로 가는 길 위에서 나는 꿈꾼다. 시가 시집 속에서 우리 곁으로 걸어 나오고 노래가 차츰 잃어가고 있는 아름다움과 힘을 되찾게 되는 그 날을."

- 백창우의 추천사, <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 중에서


많은 어른들은 요즘 노래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불평한다. 또 아름다운 정서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노래 가사들은 우리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시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동요를 즐겨 부르던 초등학교 아이들은 자라면서 점차 그들만의 노래 세계에 빠져들어 간다.

아이들이 향유하는 노래들이 과연 얼마나 그들의 정서에 도움이 될까? 이런 의문을 갖다 보면 요즘 노래들이 지닌 그 저속함에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인이자 평론가인 유종화의 작업들은 이와 같은 안타까움에서 비롯되었다.

아름다운 내용의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드는 일. 그는 그 일이 마치 자신의 전업인 양 즐거워하며 하고 있다. 그래서 책 <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는 독특하다. 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 속에 담긴 언어의 아름다움과 노래를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전국국어교사모임의 권장도서로 선정됐지만 그다지 유명하지는 않다. 저자는 그저 평범한 학교 선생님일 뿐이며 저자가 늘어 놓는 시 이야기 또한 비전문적인 분석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도 이 책이 즐겁게 읽히는 이유는 바로 그 소박함 속에 시의 아름다움이 묻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이 시를 좋아해 거기에 곡을 붙이는 작업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시를 매우 어렵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러한 시들만 있는 게 아니라고 단언하면서, 우리들의 정서를 우리들이 알 수 있는 표현으로 쓴 시들이 많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시들은 쉽고 일상적이면서도 우리네 삶과 가장 가까운 정서들을 담고 있는 것들이 많다. 양정자 시인의 시와 말을 인용하면서 "시는 꼭 아름다운 꽃일 필요는 없다. 스스로 부대끼면서 싸워가며 살아하는 실팍한 생활의 시"도 존재함을 알린다.

세 살 다섯 살 된 내 딸, 아들이 떼쓰는 울음 소리
눈물나도록 어여쁜 재롱
내 악쓰는 소리가 섞여 있다.

아이들이 떠들고 그림 그리는 옆에서
부대끼며 싸우며 시를 쓰므로
피노키오 파스 색깔
미운 오리 새끼, 인어 공주의 눈물 몇 방울 떨어져 얼룩져 있다.

- 양정자의 <나의 시> 중에서


이 일상적이면서도 소박한 시인의 독백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내 삶을 다시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학생들이 쓴 시를 통해서도 인생을 발견하고 신선한 충격을 얻는다. 한 학생의 '인생'이라는 제목의 시는 너무나 간결하지만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산 오징어 만 원
죽은 오징어 오천 원

- 한 학생의 시 <인생> 전문


언뜻 보아서는 시 같지도 않은 이 시는 살고 죽는 것의 의미가 이토록 허무하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단 1행으로 된 고은의 <내장산> 또한 그러하다. "병든 아우야 내년의 단풍 보고 죽어라" 이 글을 읽고 나면 진한 서글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시는 멀고 어려운 대상이 아니다. 저자는 김용택 시인의 말을 인용해 시가 지닌 운율이 노래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시가 노래처럼 들리는 이유는 인위적으로 음수율을 맞추었기 때문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우리의 호흡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용택 시인은 "내 시에서 정감 어린 사투리와 넉넉한 전통적인 가락이 들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억지로 노력한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 사람들의 삶이 그러할 뿐"이라고 하며 시와 일상의 긴밀한 연관성을 강조했다. 즉 시는 정서와 호흡이 자신의 느낌과 맞을 때에 노래로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한하운의 <보리피리>, 김남주의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박노해의 <민들레처럼>, 정호승의 <우리가 어느 별에서>. 이 시들은 모두 아름다운 노래로 다시 태어났고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읊조려졌다. 시가 노래화되었을 경우 그 아름다움은 더욱 배가 될 수 있다.

"시는 고상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묻어나는 감정, 그것을 적당히 운율이 묻어 있는 글로 표현하면 된다. 그것이 시이고, 그 속에 진실한 삶의 모습이 더 진하게 묻어 있을수록 더 감동적인 시일 수 있는 것이지 고상한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노랫말도 마찬가지이다. 삶이 바르게 보이는 자리에 서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진실하게 노래했다면 그것이 바로 시이다. 그리고 그런 노랫말들은 말장난이나 치면서 시랍시고 써 놓은 글보다 훨씬 더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노랫말이 많지 않다는 데에 있다."

- 유종화, <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 중에서


그런 의미에서 최근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른들도 좋아하는 노래인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는 시와 노래 모든 면에서 성공했다. 시인이자 작곡가인 김현성씨가 노랫말을 만들고 곡을 붙인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시적 서정이 물씬 느껴진다.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노오란 은행잎들이 바람에 날려가고
지나는 사람들 같이 저 멀리 가는 걸 보네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오래 남을까
한여름 소나기 쏟아져도 굳세게 버틴 꽃들과
지난 겨울 눈보라에도 우뚝 서 있는 나무들같이
하늘 아래 모든 것들이 저 홀로 설 수 있을까

가을 우체국 앞에서 그대를 기다리다
우연한 생각에 빠져 날 저물도록 몰랐네

- 김현성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 전문


시와 노래. 예로부터 우리 한겨레는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인식되어 왔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 아름다운 정서 표현의 매개물이 더욱 발전하려면 더욱 더 아름다운 노래와 시가 많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이것을 향유하는 이들이 더 많을 때에 시와 노래는 비로소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아름다운 순간/ 최완택 지음/당그래출판사 펴냄

이름값을 하면서 살고 싶다/ 이현주.최완택 공저/당그래출판사 펴냄

시마을로 가는 징검다리/ 유종화 지음/ 당그래출판사 펴냄

시창작 강의노트/유종화 엮음/ 당그래출판사 펴냄


2004/11/03 오전 09:21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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